[Tech] Color Communication
텅스텐 램프와 컬러 필터를 사용하던 시기에 색상을 사용하는 것은 쉬운 일이었습니다. 아니 쉽다기 보다는 그렇게 복잡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조명장비 앞에 필터를 사용하면 원하는 색상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텅스텐 대신에 LED를 사용하면서부터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필터를 사용하지 않고 콘솔의 조작만으로 원하는 컬러를 손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필터를 교체해야하는 번거로움도 없어지고 필요한 때 원하는 컬러를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편리함도 제공합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좋기만 한 것 일까요?
오늘은 컬러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조명을 처음 시작하면서 선배나 동료들과 작업을 하려면 가장 먼저 해야하는 것이 장비나 악세서리의 종류와 함께 각종 필터의 번호를 외우는 것이었습니다. 조명업무에서 처음 접한 컬러란 일반적인 컬러의 언어가 아닌 필터회사의 이름과 숫자로 이루어진 난수표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같은 색상계열에도 여러가지 다른 컬러가 존재하고 색상이 없는 확산 필터도 투과나 확산의 정도에 따라 다양하게 나누어져 있습니다. 처음에 외우기는 힘들었지만 일단 익숙해지고 나면 다양한 색상의 필터를 조명연출에 맞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은 컬러필터보다 CMY컬러믹싱이나 LED 장비를 사용하여 예전에 비해 빠르고 편리하게 컬러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색상을 선택하는 도구도 RGB, CMY, HSI등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콘솔은 여러 업체의 컬러필터 정보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색상에 대해서 설명하거나 전달하는데는 예전보다 훨씬 어려워졌습니다. 그나마 동일한 장비와 콘솔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색상값을 공유할 수 있지만 장비가 달라지면 동일한 색상을 만들어 낸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대부분의 조명장비 제조업체는 LED 조명장비를 만들면서 저마다 다른 기준의 색개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컬러에 대한 기준이나 정의를 내리기 힘들고 전달하기는 더더욱 힘들어졌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다른 조명장비로 같은 색상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또한, 여러 사람이 같이 작업을 하면서 어떤 기준으로 색상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을까요?
PLASA(Professional Lighting and Sound Association)에서는 2015년에 색상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표준을 만들었습니다. 정식 명칭은 ‘ANSI E1.54 – 2015 PLASA Standard for Color Communication in Entertainment Lighting’입니다. 한마디로 무대조명에서 사용하는 컬러에 대한 표준을 정한 것입니다.
현재 LED 장비를 만드는 모든 제조업체는 각자의 ‘Color Gamut’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Color Gamut은 흔히 ‘색영역’ 혹은 ‘색재현율’이라고 부릅니다. 이 용어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많이 사용합니다. 원본의 색상을 디스플레이에서 어느 정도 표현할 수 있는지를 수치화해서 표현 가능한 색상의 범위를 나타낸 것입니다. 보통 사람의 시각영역인 CIE 표준 색좌표계에서 NTSC, sRGB, adobe RGB, DCI-P3등 색영역을 기준으로 디스플레이가 나타낼 수 있는 색상 범위를 면적으로 비교해서 백분율로 표현합니다. 색재현율은 자연의 색을 얼마나 실제에 가깝게 표현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는 지표입니다. 이 때문에 디스플레이의 색을 나타내는 많은 스펙 중 중요한 요소입니다.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조명장비 제조사도 서로 다른 Color Gamut을 사용합니다. 뿐만 아니라 색상을 만들어내는데 각 회사의 개성이 반영되기도 합니다. 어떤 제조사는 Red가 강조가 되고 다른 제조사는 Blue가 두드러져 보이기도 합니다. 또한, 색상의 Saturation도 다르게 표현됩니다. 심지어 같은 제조사의 장비사이에도 다른 색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모든 제조사가 표준으로 사용하는 공통된 색상 기준이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요즘 대부분의 조명콘솔에는 RGB나 HSI 값을 조정하여 색상을 선택하는 컬러피크 기능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동일한 값을 조명장비로 보낸다고 하더라도 장비마다 같은 색상을 얻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제조사의 입장에서 표준 컬러기준을 따라 장비를 만든다고 해서 특별한 혜택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조명장비와 LED 장비가 발전하면서 컬러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했고 표준 컬러기준을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요구에 따라 만들어지게 된 것이 ‘ANSI E1.54 – 2015’입니다.
PLASA는 컬러 커뮤니테이션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3가지를 제안합니다. 첫번째 제안은 CIE 1931 x,y 색공간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 방법은 지난 블로그 글 중 색온도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인 “CIE xy coordinates“를 통해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광원의 색온도를 흑채곡선상의 White로 생각하지 않고 색공간 내의 하나의 색좌표로 개념을 확장하여 CIE1931 색공간 내 (x,y)좌표로 광원의 색상을 동일하게 맞출 수 있다는 개념이었습니다. 이 방법을 색상에서도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x,y) 좌표를 통해 색공간내의 색상을 지정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제안은 색공간 내에서 RGB 기본 색상을 지정했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여러 종류의 Color Gamut이 있고 용도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이 되고 있습니다. Color Gamut의 삼각형 꼭지점에 해당되는 RGB 기본 색상도 다르고 그에 따라 조명장비에 사용되는 LED 컬러의 색상도 달라지게 됩니다. 따라서 LED 기본 색상이 되는 RGB의 값을 지정해야만 컬러 표준을 만들 수 있습니다. 여기서 제안하는 Color Gamut은 새롭게 만든 것이 아니고 Kodak에서 이미 개발한 ProPhoto 색공간을 사용합니다.
세번째 제안은 색공간 내의 White 포인트를 지정했습니다. 색온도는 흑채곡선상의 3200K에 해당하는 값을 표준 백색으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 백색은 RGB 색상기준에서 각각의 RGB 값을 최대로 하거나 HSI 색상기준에서 채도(Saturation)가 0일 때 나타낼 수 있는 백색을 지정하는 것입니다.
위의 3가지 제안을 통해서 CIE 1931 색공간을 사용하고 RGB 기본색상과 백색을 표준으로 사용하면 x,y좌표나 RGB, HSI를 통해서 컬러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합니다. x,y좌표나 RGB, HSI 색상기준들은 수학적인 계산을 통해서 변환이 가능합니다.
매우 간단한 몇 가지의 제안으로 색상에 대한 표준을 정하고 컬러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항상 큰 차이가 있기 마련입니다. 이미 표준에 대한 제안이 있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조명업체는 표준을 따르지 않고 사용자들도 컬러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문제나 중요성에 대해서 인식하고 있지 못합니다. 이 표준이 실제로 적용되려면 아직도 많은 시간과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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